
털모자의 위력은 대단쓰. 귀와 목이 그리고 손이 따뜻하면 추위가 파고들 틈이없어요. 이번에는 양쪽 주머니에 핫팩 하나씩 챙기고 옷도 여러겹 껴입고 산에 갑니다.

상계역 1-1 출입구로 나와서 불암산 등산로 표지판을 따라가요.

요 불암산 공원 안내석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가면 제4등산로, 오른쪽으로가면 제5등산로 인듯. 물론 하산후에 추측컨대 말이다. 제 5등산로로 올라가서 제 4등산로로 내려오고자 하는 계획으로 갔지만, 표지판을 못찾구 그냥 오른쪽으로 가시는 어떤 아저씨 뒤따라서 총총총 가본다.

안내도를 찾았다. 난 지금 어디인가. 모르겠다ㅎㅎㅎ 앞서가던 아저씨마저 사라졌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ㅎㅎㅎ 모름지기 위쪽으로만 오르면 되겄지유.

느낌가는대로 가다보니 이정표를 만났다. 휴우 살았다. 평일 이른 아침이라 사람도없구, 도봉산에서처럼 고양이도 없구 평화 그자체로다. 이제는 이어폰없이 라디오나 음악없이 가는게 더 좋다.

산이 높지 않아서 일까. 오르는 내내 뭔가 아기자기하고 정갈한 느낌을 받았다. 산이 참 예쁘다 예쁘다 하는 생각. 도봉산이나 북한산이 거친 상남자의 느낌이라면, 불암산은 뭐랄까 겉으로는 약해보이지만 강한 여자같은 느낌이랄까?

계곡이 얼었다. 밟지않도록 조심해요.

녹지않은 눈을 살포시 밟아 본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는 언제들어도 기분좋은 설렘을 안겨준다. 아이마냥 해맑은 기쁨도.

어머나 넘 아기자기하게 예쁜 길이 요로코롬 수줍게 숨어있었다. 도란도란 배시시 웃으며 속삭이듯 이야기하면서 걸어가기에 어울릴법한 예쁜 길.

예쁜 길이 끝나는 지점 두갈래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초이스.

짜짠 불암정에 왔어요. 있는줄도 몰랐던 곳, 예정에도 없던 곳이어서 더 기분 좋은 만남. 딱따구리의 노랫소리 조용히 감상하며 한 박자 쉬었다 갑니다.

자, 이제부터 쉴틈없이 정상으로 쭉쭉쭉 신나게 올라가자꾸나.

정상에 거의 다다른것 같은데, 거북바위가 보이지가 않네. 아무래도 제5등산로로 오지 않은듯한 느낌쓰.

내가 보기엔 너도 꼬부기 같은데? 졸린 꼬부기.

북한산안녕. 도봉산안녕.

상쾌함이 이로 다 말할 수가 없다. 세심의 기쁨.

우뚝솟은 제 2롯데월드. 꼭대기 전망대에 한번 가보고싶은 맘이 있긴한데, 이렇게 산에 오르면되니 구지 갈필요 없겠다는.

아무도없는 정상에서 신선놀음을 즐겨본다. 많이 춥지 않은 날씨덕에 바위위에 누워도보고, 셀카도 찍어보며 느긋하게 정상의 공기를 온몸으로 느껴보는 시간. 좋다. 무작정 오르막길로 꾸준히 묵묵하게 가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서있게된다. 등산 이게 참 좋다. 요령을 피울수도 없고, 다른 수로 대체할 수도 없고, 운발 같은것도 적용될리 없고 말이다. 내가 땀흘린만큼 정직하게 얻을 수 있는 참됨. 성취감따위 찾아볼 수 없는 요즘 일상에서 제일 기분좋은 느낌이다. 산 정상이 주는 쾌감.

헤헤♥

어머 다소곳이 앉아있는 새친구도 안녕.

태극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길이 살짝 무서웠구요.

이제 그만 안녕! 또올게 :)

드디어 만난 거북바위. 왼발을 수줍게 내밀고 있구나.

꼬부기 너도 사과 하나 할래?

등산 시작 전 편의점에서 신상 초콜릿 이길래 사봤는데, 오호호 굿 초이스. 룰루랄라 신나게 야무지게 먹어주었다.

하산완료 후 마주한 등산 안내도. 제4등산로 입구라네ㅎㅎㅎ

내려와서 종합해보니, 제5등산로로 시작한것은 맞고, 불암계곡길을 따라오르다가 정암사를 지나 왼쪽으로 꺾어 돌다방쉼터로 간듯하다. 그리하여 제4등산로로 정상까지 오르게되었네. 하산할때는 거북바위를 찾아 반대편 길인 제5등산로로 내려오다가, 깔닥고개를 마주하기전 어쩌다 옆으로 난 샛길로 새서 다시 제4등산로로 내려왔나보다. 후후. 어찌됐든 기분좋은 산행 즐겁게 마무리 했다.
탁트인 전망과 동네 뒷산 같으면서도 잘 정돈된 예쁜산. 오밀조밀한듯이 뭐랄까 정다운 친구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불암산. 조용하고 산뜻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고, 산타기가 어렵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와도 좋고, 친구와 오손도손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안성맞춤인 것 같아 또 가고싶다.
불수사도북. 올해 사패산을 제외하고 다 가보았다. 내년엔 사패산으로 시작해서 다시 처음부터 완성해보아야지. 뭔가 드래곤볼 모으는 기분이다. 후후. 드래곤볼은 일곱개 이니까 두개를 더 추가한다면 음 관악산 청계산? ㅎㅎ 일곱개 다모으면 소원을 이룰수가 있는데 말이지. 내년에 해볼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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