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

인왕산은 가볍게 예쁘게

 

 

 

 

 

서울 한 가운데서 있는 성곽길이 예쁘다 해서,
회사 교육을 받으러 근처에 갈 때마다
조용한 느낌으로 가보고 싶었던,
쭉쭉 빵빵 운동하는 팔로잉 트레이너의 피드를 우연히 보게되어,
이런 여러 이유로
지난 3월부터 찜콩해 놓았던 인왕산을,


내사랑 그녀와 함께 올랐다.


다람쥐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부푼 마음으로 씩씩하게 출발-!
하지만 역시 아직은 어린아이.
인왕빌딩에 주차를 해놓고 산 입구까지 올라가는길에 이미 힘들다고 다리 아프다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한다.
땀이 흐르기 시작하니 바람은 언제 불어 오냐고,
빨리 정상에 오르고 싶다고 툴툴.


엄마의 무한 긍정과 인내심의 끝을 보여 주겠어!
다짐을 하고 또 하며
잘하고 있다고, 최고라고, 이제 얼마 안남았다고,
저 멀리 정상이 가까워 지고 있다며,
살살 달래고 칭찬해주며


다리보다 목이 더 아픈 나는 그렇게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채 열심히 한발 한발 올랐다.
물을 두 병이나 가져갔지만, 더워지는 날씨와 흐르는 땀방울에 계속해서 아이가 물을 찾는 탓에,
혹시나 모자를까 등산 그리고 하산 하는 내내 물 한방울 마시지 않았던 나는
뭐든지 잘 참을 수 있다는 색다른 교훈을 하나 얻었다.
다음에는 꼭 세 병을 챙겨가도록 할게.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는데,
유독 젊은 이들이 많이 보였다.


이따금씩 보이는 커플들 가운데,
20대 중반 정도 되 보이는 젊은 언니들이 삼삼오오 친구들과 함께 오는 모습.


대부분의 언니들이 몸에 완벽하게 핏 되는 운동복을 완전 예쁘게 차려 입고, 예쁘게 잘도 오르더라.
뭐 나쁘지 않았다.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당당하고 당차게 오르는 모습.


북한산에서 빨주노초파남보 형형색색의 오색 빛깔 등산복을 입고 친구들과 수다 나누며 오르는 아줌미들만 보다가,

세련되고 예쁜 운동복 입고 친구들과 젊음의 기운을 뿜어내며 하하 호호 오르는 젊은 아가씨들 보니까


뭐랄까.


아줌미이지만 젊음의 기운을 뿜어내고 싶은 나로써는,
북한산 아줌미들 나이가 되어도 탄탄 튼튼 멋있을 수 있는 등산러가 되어보자 생각한다.

요란하지 않고 묵묵하게,
드러내지 않으며 그저 꾸준하게 그렇게.

그러기위해서는 어느 곳 하나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건강 해야지.


내가 운동갈때마다 아이에게 excuse 하면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엄마가 운동하는 이유가 뭔지 알지?
우리 이쁜 딸 옆에서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야.


예쁜 바람막이 점퍼를 하나 사고 싶은데
눈에 들어오는게 없네.
신상 확인을 지속적으로 해야하는
귀찮음과 소유욕 사이에서,
맘에 드는 것을 발견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겟 하라!
그렇지 않으면 이내 곧 품절 일테니.


높이 338.2m의 인왕산.
7살 우리 딸이 씩씩하게 잘 해냈다.
역시나 정상에 다다르니 신나서 안 내려 가고 더 놀다 간다고 아우성이다.
올라가는 동안은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정상에 서면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했을 아이.
중간에 포기 하지 않고 끝까지 혼자 힘으로 해내 주어 참 고맙다.


내려 가는건 식은죽 먹기이지 하며 룰루랄라 다시 발걸음을 뗀다.
내려 가는 내내 또 다시 시작된,
다리 아퍼 엄마, 언제 다와? 의 무한 반복의 질문과
무한 긍정의 답변을 하다 보니
어느새 오늘의 산행 종료.

뿌듯한 마음 한가득.

 

 


우리 딸, 이렇게 한달에 한번씩 기회가 되는대로 높지 않은 산을 찾아서 함께 올라 보는 건 어때?

음음 엄마가 원한다면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게-!

다음번에는 아차산에 도전해 볼까 하는 계획을
슬그머니 세워본다.


흠뻑 땀 흘리며 열심히 운동했으니
배를 든든하게 채워 줘야지.

작년 가을 대둔산에 근처에 갔을 때,
구수한 청국장 찌개와, 생선구이, 손두부 등을 맛깔나는 기본반찬들과 먹은 기억이 있다.

너무너무 내 스타일의 한식 밥집 이었다.
황토집사람들 이라는 곳이었는데,
얼마나 맛있게 먹었었는지, 가끔가끔 생각이 난다.
또 다시 배터지게 든든하게 거하게 늘어지게
와구와구 먹고 싶다고.

딱 그 느낌의 푸짐한 한상을 먹고 싶었는데

또르르.

더우니까 냉면을 먹자 하신다.

그리하여 가게 된 오장동 함흥냉면.
따끈한 육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후루룩 회냉면 한입.
올들어 처음 먹은 냉면이어서 그랬는가,
얼마 만에 먹어보는 회냉면이어서 그랬는가,
운동 후 식사라 그랬는가.
냉면을 그리 썩 좋아하지는 않는 터라,
별 기대는 없었지만 꿀맛이었다.



오르는 동안 인왕산 성곽길이 참 예쁘더라.
쨍한 파란 하늘과 함께 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등산로 사이로
빌딩숲을 저 멀리 제쳐둔채
바쁜 일상속에서의 잠깐의 여유를, 트인 호흡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지 싶다.

반차 쓰고 한번
반반차 쓰고 한번
낮이 길어지는 여름날에는 퇴근하고 한번.

작은 물병 하나, 초코바 하나, 카드 한장, 핸드폰 쏙 들어가는 미니미니한 힙색 하나 메고

가볍게 단숨에 오르고 싶다.

새로운 힐링 스팟이 될 수도 있지 싶다.

하산 후에는 막 구워진 노릇노릇 해물파전에
와인 한잔을 하고 싶은데.
무슨 조합일까 싶지만?
이런 메뉴 구성이 있는 식당이 있을까 싶지만?
먹고 싶다요. 지금 당장 후후.

 

 

 


나랑 갈래?
나랑 같이 갈래?


조만간 다시 도전!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H’s Baking note - 까레쿠키  (0) 2020.05.13
나랑 갈래  (0) 2020.05.13
아직까지 내맘속 일등 산  (0) 2020.05.09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 죽음  (0) 2020.05.09
시작  (0) 2020.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