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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아직까지 내맘속 일등 산

 

 

 

 

 

 

이곳 저곳 많은 산을 다녀본건 아니지만,
첫 정인지, 익숙함인지
북한산 백운대까지 오르는 등산로가 참 좋다.
(난 참 좋다 라는 말이 참 좋다. 뭔가 담백하고 깨끗하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좋음이랄까.)

3월의 마지막날 하루 전,
4월의 마지막날.

이제 곧있으면 올해의 반이 지나가는데,
아직 두번 밖에 오르지 못했다니!
게으른 녀석.
그치만 이게 나의 생활패턴에서 시간을 만들기란 여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05:50 출발
07:10 우이역 도착
07:44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 도착
08:42 백운대 도착
09:00 하산 시작
10:00 국립공원 입구 하산완료
10:40 지하철 탑승
11:45 지하철 하차
12:00 집도착

door to door 6시간을 꽉채운 나의 등산 아침 일정.

집에와서 점심을 신경써야하는 무언의 압박도 살짝 견뎌야하고,
뽀글뽀글 뜨거운 물 가득 채워 반신욕 후 바로 쓰러져 잠들고 싶은 마음 한가득 이지만,
아이와 놀아주어야한다는 생각에 미처 그럴 수 없는.

그럼에도불구하고 난 가고 싶다.
혼자 있으면서 복잡한 머리속도 나름 정리해보고,
마음을 텅 비우기도,
때로는 즐거운 상상으로 한껏 부풀리기도 해보는
흠뻑 땀흘리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시간이다.

 

 

 

올라갈때 함께하는 라디오는,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
재미있고 활기찬 목소리와 컨텐츠인지라,
라디오에 집중하면 웃음기 머금으며 금새 정상에 오르게된다.

내려올때 함께하는 건,
오늘 아침 정지영 입니다.
차분하고 진정되는 목소리가 뭔가 해야할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나의 상황에 딱 맞는 내스타일의 매력적인 목소리이다.

어쩜 이리도 시간대가 딱 맞아떨어지는 편성표인지.
흐흐흐.

백운대 정상에서 잠시 도시락을 먹고 휴식후에 이어폰을 다시 꽂고 하산을 시작하려는 그때
귓가에 들려온 라디오속 노래는 성시경의 희재.

갖가지 다양한 모습으로 저마다의 생기있는 초록을 뿜어내는 생명들과 그저 아무 걱정없는 듯 드넓게 펼쳐진 파아란 하늘 사이로 평온함이 전해지는.

그 뒤로 이어져 들려온 Since You’ve Gone 이라는 노래도 완벽한 선곡표이지 않았나 싶다.

열일한 세뇨레 세뇨레에서 혼자 빵 터졌는데,
Remember Me 노래는 애틋하면서도 흥겨움을 주네.
코코 영화 다시한번 봐야지.

 



 

 

우연찮게도 등산 전날 저녁,
마지막 재택근무를 종료를 기념하며
야심차게 김밥을 만들었는데,
욕심이 과했는지 예쁘게 잘되지도 않은 김밥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
그래도 정성이 가득 담긴터라? 맛은 좋았다 히히.

덕분에 수제김밥 도시락을 백운대 정상에서 꿀맛으로 즐길 수 있었다.
바람불고 추워서 준비해간 사과는 미처 못먹었는데,
사실 뒤에 있는 고양이가 살금살금 자꾸 나한테 기어오는듯 해서 무서워서..
김밥 다먹고 사과 뚜껑 못열었다는.

 

 

 

 

 

내려오는 길에 만난 산다람쥐.
콩콩콩 움직임이 너무 귀여워서,
엄마 기다리고 있는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열심히 초집중해서 사진찍고 동영상 찍어서 집에가자마자 산에서 만난 친구라 하며 신나서 다람쥐 동영상을 보여주었는데..


대반전.


엄마 혼자 다람쥐 보고 온거냐며!
나도 영상말고 실제로 보고싶다고!
어떻게 혼자 다람쥐보러 산에 갈 수 있나며!
방문을 쾅닫고 들어가서 엉엉 울더라는.

또르르...
엄마가 날 위해 찍어온거냐며
신나라 좋아라 할 줄 알았건만,
갈수록 쉽지않다 이거.
순간순간의 아이 감정을 잘 읽고 헤아리는게 조금씩 어려워 지고 있다.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달래는데까지 한참이 걸렸지싶다. 하하하..

결국 내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다람쥐 동영상을 삭제해버리더라는.
그러고나니 맘이 좀 편해졌나보다.

엄마 내가 화가나서 다람쥐 동영상 삭제한거야 라며
이내 고백하고 씨익 웃는다.

깜찍한 내사랑.

 

 

 

 

 

 

우연히 내려와서 보게되었는데,
오호라 북한산 둘레길이 꽤 넓고 길게 있구나.
음. 일단 6구간 평창마을길을 걸어보고싶다.
곳곳에 절도 많아서 마음의 수련을 할 수 있을것만 같기도하고,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걷다가 평창동 특유의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카페에서 아이스라떼 한 잔 들이키며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픈.

다음으로는 7구간 옛성길.
왠지 오목조목 예쁜길이 펼쳐질듯한 느낌적인 느낌.
흐흐

핸드폰 바꾸고싶다.
예쁜사진 찍고싶은데에, 잉. 한계에 다다랐다.
올 가을 아이폰 신형을 노려본다.

 

날다람쥐!
다음 산행때는 한시간 이내로 백운대 찍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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