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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매미나방 매봉















아빠는 산이 싫어요.
엄마는 체력이 딸려요.
아들은 산 정상에 가보고 싶어요.







오호호 그랬구나.
우리 조카 큰엄마랑 함께 하자!






아니 이럴수가!
집에서 불과 지하철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청계산입구역인데..

여태껏 단 한번도 가지 않았다니요. 허허허.



이렇게 하여 급 결성된 우리 셋.
청계산에 올랐다.
8살 조카, 7살 딸, 그리고 나







원터골에서의 시작은 매우 호기로웠지.
하하호호 장난치고 으쌰으쌰 파이팅 외치며.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사방에서 수백만 마리가 날아다닌다.
이름하여 매미나방.

이렇게 수많은 나방떼는 정말 태어나서 처음이다.
사오정 입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얘들아 사오정을 아니..?ㅎㅎㅎㅎㅎ






예상치 못한 나방떼의 습격으로
아이들은 징그럽다며 연신 소리지르고
피해보려고 몸을 요리조리 움직인다.

얘들아? 그게 피한다고 피해지지 않는단다.
너무나도 많아 나방이가.

나방이가 알아서 우리를 피해갈 것이야.

나방이들은 어린이들처럼 키 작은 사람에게는 가지 않는단다? 걱정 말고 그냥 앞으로 치고 나가자.

괜찮다고 괜찮다고 나방이들은 우리를 해치지 않는다고,

팔에 살짝 앉으면 흔들어버리면 되고
눈앞에서 윙윙대면 손으로 쳐버리면 되고

끊임없이 말하는 통에 목이 너무 아팠다.
산에 오르는 건지, 매미나방을 피해다니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걸음걸이들ㅎㅎㅎㅎ







귀요미 투샷.
오빠를 참 잘 따르고, 동생을 참 잘 챙겨준다.
사이 좋은 사촌지간.

요새 그냥 이따금씩 계속 드는 생각.
연년생으로 두 명 낳을 걸.

평생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을 작은 돌덩이.








청계산은 대학생 때 아빠 엄마와 함께 한번 오르고 난 후
제대로 등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등산로가 아주 잘 정비되어 있어서, 크게 가파르지도 않아서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지 싶었다.

무난하게 자주 오를 수 있는.
내가 근처에만 살았어도 새벽에 자주 왔겠건만.









근데 그만큼 등산객이 너무너무나도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하니 어쩔 수 없이 주말 늦은 아침 출발하여
가히 피크 시간대에 가긴 했지만서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부딪히고, 정체되고,
혹시 모를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며.

매미나방과의 사투를 벌이며.
휴으.

그래서 그런지 몸은 별로 힘들지 않았는데,
약간의 긴장감이 계속되어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산행이었다.



역시 등산은 사람들이 많이 없는 시간대에 가야한다.

그래야 여유와 쉼, 초록의 싱그러움을
있는 그대로 제대로 흡수할 수 있는듯 하다.








청계산의 정기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돌문바위 세바퀴를 돌아본다.

기도손을 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 중얼중얼 하며 신나서 빙글빙글 도는 아이들.

역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정에는
재미난 요소가 하나씩은 필요하지.








매봉에서 기념사진을 한 컷 찍고
매바위에서 저 아래 발 밑에 수놓아진 풍경을 바라본다.

저 멀리 제2롯데월드가 보인다고 꺄르륵 좋아한다.
아쿠아리움이 보인다며 히히. 데리고 온 보람이 있구만♡


힘들다고 징징대던 아이들도

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진 하늘과 구름,
작은 도시들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지나 보다.

등산의 맛이라고, 성취감에 뿌듯한 순간이라고
스스로 느끼고 마음속에 고이 잘 새겨넣었길 바래본다.







하산할 때 우리 딸은 힘들어서 눈물을 보이고,

올라갈 때는 씩씩하던 조카도 연신 손 잡아 달라 하며
말수가 부쩍줄었다. ㅎㅎㅎㅎㅎ









그래 수고한 너희들을 위해 점심은 맥도날드로 가자!

땀에 홀딱 젖은 얼굴로 배시시 웃으며
해피밀 하나씩을 후딱 해치운 그들.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흐믓하다.



왕복 세 시간에 걸쳐
매미나방과의 사투 속에 성공한 매봉 점령!



나방 없는 가을에 또 가고 싶다는 조카.

이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으로 엑스 모양을 만들어 뿜뿜하는 우리 딸.



딸아 너는 고등학생 되면 엄마랑 지리산 종주 해야해.
그러려면 지금부터 단련을 해야 한단다? 찡긋◡̈





값진 땀방울 만큼 한뼘 더 자랐을 아이.


엄마가 더 건강할게!
또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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