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날의 기록.
유치원도 못가고 제대로 놀러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었던 지난 4개월.
그치만 엄마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고 했던,
함께 다양한 집콕놀이들을 생각하고 준비하곤 했던,
또 처음 해보는 재택근무에 모든 것이 새로웠던 지난 봄날.
부디 코로나의 재 유행으로 또다시 이런 시간들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답답해하는 아이와 이따금씩 모험을 떠났다.
킥보드를 탄 아이를 끌면서 달리는 건
정말이지 체력소모가 엄청났다.
혼자 달리는 건 잘 할 수 있는데.
팔에 계속 힘을 줘야 해서 그런지 숨도 너무 차오르고
팔도 아파 쉽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끌고 달리고 해서
근처에 있는 연못가 또 뒷산으로 그렇게 탐험을 나섰다.
익숙한 공원에서 하나 둘씩 피어나고 있는 꽃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기도 하고,
벚꽃나무가 드리워진 산책로를 전속력으로 달려 보기도 하고.
낯선 곳에서 철봉에도 올라가보고 외줄타기도 신나게 하고.
그 가운데 에서도 단연코 1등은,
연못에서 만난 수백 마리(는 될 것 같다)의 올챙이들이다.
그렇게 많은 올챙이 떼는
나조차도 처음 보는 광경이지 싶었다.
연못에 시꺼먼 올챙이들이 빼곡하게 저마다 꼬리를 흔들흔들 하며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아이는 신기한지 신이 나서 소리친다.
집에 데려가자고.
채취/채집 금지라는 푯말이 떡 하니 연못 앞에 큼지막하게 것도 여러 개 꽂혀 있었지만,
그래서 순간 망설이긴 하였지만,
그래 집에 데려가 보자.
개구리 되면 다시 놓아주러 오면 되니까!
아무 준비도 없이 왔던 터라, 뭔가 아무 도구가 없었다.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옳거니! 나에겐 물통이 있다!
남아있는 물을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키고 나서
연못가에 앉아서 자리를 잡은 후
비어있는 물통을 잡은 손을 연못 물속으로 풍덩 휘익 하고
수면위로 올린다.
오호호
올챙이 7마리가 물통 속으로 들어왔다.
됐다 이만하면 성공이다.
얼릉 집에 가자.
뚜껑을 열은 채로, 남들이 보면 안되니까 살살 잘 감추듯이,
그치만 흘리지 않게 조심조심히
달리고 달려서 무사히 집 도착!
우리 집 아저씨는 아니나 다를까
왜 잡아왔냐고 어떻게 키우느냐고 난리(?)가 났지만
아이와 나는 굴하지 않고 챙이 들이 자랄 수 있는 곳,
곤충 채집함을 수조 삼아 조용히 씻어서 옮겨 주었다.
그렇게 3월말 무렵 챙이들과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챙이들이 배가 고픈건지,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
잘 움직이지 않는다.
급한 대로 인터넷에서 알려준대로
마른 멸치를 부수어 넣어주었다.
흠…. 이게 화근이었을까?
다음날 아침 4마리의 챙이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가 챙이들을 죽게 했다며 난리가 났다.
흐아 아니야. 원래부터 저 챙이들은 꼬리 힘이 약했더랬다.
우리 가족처럼 이제 3총사 올챙이가족이 되었으니
정성을 다해 잘 키워보자꾸나.
(그 와중에 1마리는 움직임이 여전히 약해보였다.)
없는게 없는 다이소에서 물고기 사료를 사서
하루 한번씩 먹이를 주고,
수돗물을 바로 주면 안되니
하루 전날 받아놓고 매일 저녁 물을 갈아 주고,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챙이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이렇게 코로나로 인한 강제 집콕 속에서 챙이들과의 동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신기함과 작은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활력을 우리들의 하루 일과에 불어 넣어 주었다.
무엇보다도 하루에도 몇 번씩 챙이들을 빤히 쳐다보면서
관찰하고 이야기하고 즐거워 하는 아이의 모습이
날 흐뭇하게 했다.
너무 많은 양의 먹이를 주었던 걸까.
아니면 물을 갈아주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걸까.
어느 날 아침 약해 보여 걱정되었던 한 마리 마저
움직임이 멈추었다.
작은 공간에서 함께 있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없어지는 챙이들을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짠해졌다.
넓은 연못에 있었더라면 더 좋은 영양분을 흡수 하면서
쑥쑥 잘 자랐을텐데..
우리 집에 데려와서 미안.
자 이제 남은 건 튼튼한 두 마리.
왠지 이 아이들은 느낌이 좋아. 우리 이름도 붙여줘볼까?
그리하여 원챙이 투쟁이가 된 최후의 전사 두 마리는 내가
매일 저녁 쏟는 정성을 아는 것인지
무럭무럭 쑥쑥 잘 자라 주었다.
뒷다리가 쑤욱!
슬슬 올챙이의 모습을 벗어나고 있는 건 먹이가 나쁘지 않고 환경이 나름 괜찮아서이겠지.
뒷다리를 보니 이제 욕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더라.
반드시 개구리로 만들고 싶은.
그래서 꼭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주고 싶은.
앞다리도 쑤욱!
챙이들이 커져가면서 온 집안에 연못 물 비린 냄새가
킁킁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코끝을 스치는 역한 사료 냄새를 매일 저녁 맡는게
싫을 때도 있었지만,
원챙이 투챙이는 알게 모르게 참 귀여웠다.
나도 그냥 계속 빤히 쳐다보게 되더라는.
올챙이멍.
꼬리가 점점 짧아져 간다.
몸통의 모양도 길쭉한 동그라미에서 쭈쭈바 아이스크림 모양처럼 변해가는 듯 하다.
배 부분도 하얘지고 말이다.
양쪽으로 튀어나온 눈알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울음 주머니 부분도 숨쉬는 듯 올록볼록하고
뒷다리가 흔히 말하는 그 진짜 개구리 뒷다리 처럼 졉혀지는 듯 하다.
엄마, 진짜 개구리가 되려나봐!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우리 원챙이 투챙이
정말이지 대단하다.
점점 개구리의 모습에 가까워지자,
이제 하루 이틀 내에 다시 원래 살던 연못으로 돌려 보내 주어야지 생각했다.
개구리는 살아있는 파리 등의 벌레를 먹이로 먹으니.
그러고보니 원래 주던 사료를
더 이상 먹지 않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이제 공기중에서 숨쉴 수 있게도 해주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잠든 어느 날은,
초록색의 선명한 청개구리가 너무 크게 자라서
수조 안에 낑겨 있는 꿈을 꾸고
꿈속의 커다란 개구리가 징그러운 나머지
벌떡 일어난 적도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스스로가 너무 웃겨서
한참을 혼자 실실 대고 웃었더랬다.
조깅을 하기 위해 일어난 새벽.
원챙이 투챙이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작은 투챙이는 하얀 배를 위로 드러낸 채 물속에 누워있고,
큰놈 원챙이는 흐물흐물 힘없이 수영을 한다.
성장통일까.
아뿔사 한발 늦었다…
챙이들이 수면위로 올라와
공기중에서 숨쉬어야 하는 때가 왔는가 보다.
이대로 익사하면 안되는데, 너무 아까운데..
하루만 더 재빠르게 캐치 했어야 했다.
그래도 난 뛰어야 하니까.
조깅을 끝내고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찾아서
적당한 사이즈의 돌멩이 두개를 주워왔다.
바로 물을 빼내고 돌멩이를 수조 안에 넣어주고
슬며시 원챙이 투챙이를 돌 위에 옮겨 주었다.
아이들이 돌 위에 앉아있는게 어찌나 귀엽던지.
울음주머니에서 이내 개굴개굴 소리가 울려서
우리 집 안에 퍼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치만 우리 작은놈 투챙이. 기력이 이미 다 한 듯 해보였다.
하루만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가운데,
그렇게 투챙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포기해서는 안되겠다며
우리 집 아저씨는 투챙이를 꺼내어 뒤집어 놓고
손가락으로 가슴/배 부분을 만져본다.
오오 아직 따뜻한게 느껴진다.
헛둘 헛둘 손가락으로 가슴/배 부분을 누르면서
심폐소생술을 해본다.
맙소사 딸아이와 나는 웃겨서 거의 쓰러지다시피 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웃기네 흐흐흐.
다같이 헛둘헛둘 영차영차 투챙이 힘내라를 외치며
심폐소생술을 열심히 해보았으나,
하는 동안 다리를 몇 번이나 움직이기도 해
희망을 가져보았으나.
끝내는 우리와 안녕을 했다.
미안한 마음으로 집 앞에 있는 나무아래 잘 묻어 주고 와서,
당장 내일이라도 남아있는 원챙이를 연못으로 보내주자고
아이와 약속을 하였다.
일곱에서 이제는 홀로 남게 된 원챙이는
물속에서 헤엄치는(개구리 헤엄, 평형을 이렇게 보게 되었다는) 깜찍한 모습,
물속에서 돌멩이 위로 점프해서 올라오는 초신기방기한 튼튼한 모습.
돌멩이 위에 툭 튀어나온 눈을 달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앉아서 울음주머니를 연신 올록볼록하게 움직이는 귀여운 모습.
으로
즐거운 함박 웃음 그리고 짠한 감동의 미소를 우리 가족 에게 선사했다.
그게 원챙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투챙이를 보낸 그 다음날 아침 그렇게 원챙이는 돌멩이 위에서 움직임 없이 엎드려 누워있었다.
하… 너무 아쉽고 속상했다.
하루만 더 버텼어도 원래 있던 연못으로 갈 수 있었는데.
물의 양을 줄이고, 돌멩이를 넣어주는 그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비록 연못으로 돌려 보내주지는 못했지만,
생명을 키운다는 것에서 느끼는 신선한 감동과 웃음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알찬 시간들을 안겨준
고맙고 미안한 원챙이 투챙이와의 한달 반 동안의 동거.
사진을 더 많이 찍어 두지 못한 아쉬움과
아이에게 관찰일지를 적어보라고 권하지 않았던
더 큰 아쉬움은
더 부지런한 엄마가 되어야겠다 라는 다짐을 남겼다.
다음기회에는
슬기로운 탐구생활을 해보자 ◡̈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닝 러닝 : 무용 (0) | 2020.06.05 |
---|---|
나의 문학 소녀 (0) | 2020.06.04 |
배부른 밤 (0) | 2020.05.30 |
모닝 러닝 : 하늘 (0) | 2020.05.29 |
소담히 (0) | 2020.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