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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Let go






가보지 않은 길 저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행복함과 괴로움이 가히 구분할 수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로직이 있을까. 지금 이순간 너무 행복한데 쓰리게 괴로워. 백만분의 일초 차이로 행복이 괴로움으로 변모하는 무한궤도가 뻗어나간다. 이는 그 무엇으로도 만족할 수 없는 단순한 욕심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지금, 당장이라도 내일을 살고 싶다 하는 것.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부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하다.

내가 이토록 애정하는 현재진행중인 현재성이 나를 미치게 한다. 모든 것을 하고 싶지만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으며,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서글픔이 나를 고통속으로 몰아넣는다.

독보적 존재감 앞에서 자꾸만 소스라치게 놀라고 그 안에서 한없이 작아지고싶은 마음에 두 눈을 쳐다볼 수가 없다.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기분, 호흡이 정돈되지 않는 나를 위로할 수 있는건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다독여왔건만, 그렇게 꽤 오랜,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괜찮기는 커녕 점점 더 깊게 빠져들어 가고 있다. 이럴수가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다. 어쩌면 미울법도 한데 질리지도 않는다. 어떤 말로도 글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이것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걸까싶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한참을 바라본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속에서 들숨과 날숨의 고요한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노라니 마치 소리없는 자장가 같다. 너무 좋은데, 좋아서 슬프다.

너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또 그 시간을 공유하면서도 온전히 좋아할 수 없는 나를 마주했다. 이제는 부정하고 또 부정하며 미뤄왔던 일을 조금씩 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가보다. 아주 얇고 가느다란 그 경계의 끝에 있는 설렘의 아픔을 삼켜야 한다는 걸 모른척 하지 않기로..

어디까지 내려놓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덥다가 시원하다가, 멋지다가도 별로인 것 같기도 하는 보통의 사람들 심리처럼 들쑥날쑥 제멋대로 이겠지만,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내려놓는 연습을 해보는 걸로. 싫지만 어쩔 수 없다. 무한의 세기를 넘어서 계속 변치않을 마음을 지켜내려면 내가 이 고통속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걸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있기 때문에. 생각의 훈련, 상상과 절망 사이의 단련이 아무렇지 않게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진 않았지만 준비할 시간이 없기에 나는 갈 수 밖에 없다. 내일은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나의 눈물을 빗속에 감춰둘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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