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마실
늦은 봄부터 여름의 끝자락까지 계속된 밤 마실의 흔적들.
동네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카페들의 아늑함이 좋다.
콧바람 쐬며 가볍게 산책 후 들렀다오면 특별한것이 아닌데도 특별할것이라곤 하나 없음에도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북적이지 않는 곳에서의 편안한 휴식시간.

아파트 단지 바로 뒷켠에 있는 우리 가족 단골 카페.
팥빙수만 거진 열번을 넘게 먹었을터인데 사진이 이거 한장뿐이네. 직접 만든 팥과 콩고물 떡 때문인지 아주 풍부한 맛이다.
집 가까운곳에서 이렇게 훌륭한 빙수를 먹을 수 있는건 행복이다. 히히. 발로나 초코케이크도 넘나 내스타일이지.
찐하고 찐한 초코는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맛. 내사랑♡

제일 좋아하는 자리. 이 자리가 비어있는지 걸어가는길에 멀리서 기린목 해가지고 확인해보는. 단골 아지트 느낌쓰.
프로방스느낌의 은은한 조명이 더욱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언젠가 당근케이크를 먹고 심하게 체한적이 있어서 잘 안먹다가 오랜만에 주문해보았던.

아이스크림 크게 한스쿱 올려진 딸기빙수도 시원하게 찹찹.
올여름 녹차빙수를 아직까지 한번도 못먹었다. 흐아.
동네 근처에 어디 없나 검색해 봐야겠다.

빙수먹으러 출동했는데, 오잉 예고없이 문이 닫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갔던 곳. 빙수프라페? 같은거였는데 맛없어서 두번다시 안가기로한ㅎㅎㅎㅎㅎ 녹차맛으로 주문했는데 녹차맛이 단 일도 느껴지지않았던 기억.

조금만 걸어가면, 정성껏 만든 신선한 커피가 있는 곳이 있다.
아주 진하고 고소한 라떼가 일품이다.
매장에서 구운 씨리얼 콘 쿠키도 굿굿. 만들어보고싶은 맛.
작은 규모지만 자연 친화적인 나무나무 인테리어와 분위기 있게 흐르는 째즈음악은 여느 핫플 못지않지.
메뉴 중 하겐다즈 녹차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라떼가 있는데,
온몸에 퍼지는 진한 카페인과 달콤함의 조화가 끝내준다.
가끔씩 진하고 뭔가 맛있는 라떼가 땡기는날에 생각나는.

조금 더 더 걸어가면 마주할 수 있는 디저트가 예술인 이 곳.
정통 파티셰가 만드는 고급진 디저트 메뉴들이 내 눈에서 하트 뿅뿅 발사하게 만든다. 히힛.
에끌레어의 깊은 풍미는 호텔 코스요리의 후식 디저트로 나올법하다. flash of lighting. 너무 맛있어서 번개처럼 빠르게 먹어치운다는 어원대로 순식간에 해치웠던 달콤함.
이곳 밀푀유랑 르뱅쿠키도 개인적으로 최고의 메뉴들 중 하나하나 인데, 스트레스 날려버릴 수 있는 극강의 고급진 달콤함이 한가득이다. 쿠키 레시피를 알고싶다는.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다른 디저트들이 많기에 앞으로 더 자주 갈 듯하다.

이곳 간판 조명은 이리도 예뻐서 힙한 느낌 물씬.
어찌보면 동네와 살짝 어울리지 않는, 이런곳이 있을 거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골목에 위치해서 더 애정이 가는.

힝. 강화된 거리두기로 인해 이제 동네 카페가서 잠깐의 힐링시간을 갖는것도 조심스러워지게 되었다. 내 건강은, 내 주변인들의 건강은 내가 스스로, 나로부터 지켜야 하는 것.
허나 너무나도 맛 좋은 라떼가, 디저트가 땡길때에는 어쩐다?
마스크쓰고 슬그머니 방문해서 테이크아웃 해야쥬♡
우리 딸랑구, 이제 말하지 않아도 인증샷 찍어준다ㅎㅎㅎㅎㅎ

그치만 뭐니뭐니해도 제대로된 밤 마실의 찐은 이곳이지.
테이블이 저리도 쪼매난 했었구나ㅎㅎㅎ 새록새록 하구만.
있을법하지 않는곳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던,
그래서 더 눈망울이 촉촉하고 초롱초롱 했나보다.

종알종알 재잘재잘 무언가에 홀린듯이 쉴새없이 떠들어대던 그때의 vibes 새삼 그립다.
하루의 고단함을 말끔하게 씻어내고 뽀송한 마음으로 진한 카페인에, 깜깜한 밤의 향기에 취하곤 했던. 그래서 그때의 스페니쉬 라떼는 뭐랄까 더 로맨틱한 맛이었지 싶다.
밤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그런 밤 마실.
찐밤 먹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