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친구야, 잘가

H’ 2020. 6. 24. 18:10











단짝 친구가 전학 가는 느낌이다.



학교 후배이자 회사 동료인 친한 동생이 회사를 떠나는 날.
마음이 참 그러하다.



어디 멀리 멀리 가는 것도 아니지만서도,
뭐 언제든 연락해서 볼 수 있는 곳에 있지만



인간관계가 매우 좁은 나로서는,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뭔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유일무이한 동료가

같은 이름의 회사, 같은 건물에 없다는 것은
정말이지 기운 빠지는 일이다.

마음이 참 허하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쉽지만은 않은 선택을 한 친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잘했고 멋지다!

매너리즘에 빠진 나에게도 엄청난 자극과 동기부여를 주어
참 고맙다.

나도 나의 살길을 찾아서, 보람되고 의욕넘치는 일을 잘 찾아서 하루빨리 떠나 볼게.







점심시간 한시간은 너무나도 짧지.

새로운 곳에 잘 정착한 후 회포를 다시 한번 풀어보세.









때는 바야흐로 대학교 2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름방학이 끝난 후 2학기가 갓 시작되었을 무렵

학교 공A 였는지 공B 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나
나는 여학생 휴게실에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문을 열고 두 명의 여학생이 들어오더니 이내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소근소근 대화를 시작한다.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동아리 가입에 관한 것이었는데,

두 명의 여학생 중 한명이 내가 속한 동아리에 가입하려고
고민하고 있다하는 것이었다.



손으로는 편지를 쓰고 있었지만
귀는 이미 그 대화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조심스레 내가 그 동아리 회원임을 밝히며
어느새 그 친구에게 come on come on! 을 외치고 있었다.



참 예쁘게 예쁘게도 생겼지.
똘망똘망 엄청 큰 눈에 매력적인 입술까지
아주 호감형 이었다.



그렇게 그 친구(썬)는 나의 동아리에 들어오게 되었고,

2학년 1학기에 동아리에 가입한 나는,
1학년 2학기에 가입한 썬과
그렇게 동아리 활동을 함께 하게 되었다.



반년 차이로 기수도 다르고 나이도 한 살 차이가 났지만서도, 썬은 유난히 나를 잘 따랐던 것 같고,

나도 썬이 맘에 들었는지
뭔가 더 챙겨주고 싶고 하면서 친해졌지 싶다.


그냥 우리는 결이 비슷한 사람이었나 보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통하는.
그치만 그 안에는 분명 서로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보이지않는 서로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1년간의 동아리 생활을 같이 하면서,
같이 큰 무대에서 공연도 하고.

그렇게 참 예쁜 시절을 함께 열정적으로 보냈다.



공연이 끝나고 3학년이 된 나는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고,

썬은 그 다음해 였던가. 호주로 워홀인가를 떠났다.
(호주인건 확실한데 워홀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동아리내에서 우리 둘다 약간의 아웃사이더 느낌 이었던 지라,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는 크게 없었지만,

우리는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 연락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식사를 하며 그렇게 남은 대학생활을 보냈다.





나는 어느덧 졸업을 하고 취업을 했다.


입사 1년차 겨울 어느 날,

썬 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리회사 합격했다고 말이다.

회사 합격 전 썬의 취업준비시 서로 연락을 했었는지 안했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회사 근처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고민상담을 들어주었다.
최종 합격한 다른 회사와 최종 고민이라는

썬에게,
1년차인 내가 뭐라고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었던 것 같다……



나의 영향이 있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썬은 동아리 후배이자 나의 회사 후배가 되었다.





썬은 나보다 한 살 동생이지만 참 배울게 많은 친구다.

뭔가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늘 밝고,
본인의 생각이 뚜렷하고 소신이 있으며, 의사표현이 명확하다.

똑똑하고 긍정적이며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 누가 봐도 친해지고 싶어지는 성격의 소유자 이랄까.




무튼 그렇게 회사에서도 우리는 가끔 같이 식사도 하고
연락하면서 인연의 끈을 계속 이어나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사람과의 친분을 만드는 것이
그리고 더더욱 회사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을 깊게 사귀는 것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없었던 나는,

마음이 통하는 기존의 나의 인연을 더 귀하게 여기고
동글동글 그리고 더 견고하게 다듬어 가지 않았나 싶다.



썬의 결혼준비를 위한 웨딩 플래너도 내가 소개 해주었구나.

겉으로 막 드러나지는 않아도
늘 마음속으로 항상 응원하고 있던 우리는

2014년도에 우연히 회사에서 같은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뭔가 더 친해지는 사이가 되었지 싶다.

교육도 같이 들으러 가고 좋았는데. 힝


언니라는 호칭만 달았지 챙겨주고 신경써 준 것도 별로 없었지만 늘 그렇게 썬은 내 옆에 있었다.

그래도 나의 것을 맘껏 퍼부어 주어도 아깝지 않은,
몇 안되는 내 사람들 중 하나인 친구다.

그 친구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으나? 흐흐



우리 인연의 정점을 찍은 에피소드는,

썬의 아들이 태어난 날이 내가 우리 딸을 낳은 날과
2년 차이로 같다는 것이다.

6월 16일.

그냥 그저 신기하다.



연상연하 커플 나중에 한번 도전? 흐흐.






10년간 회사 생활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의지하며
조금씩 성장해온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는 이별이지만,
마음만큼은 서로 더 단단해졌음을.





책상 서랍 속 고이 간직해 두었던,
2013년 겨울 썬이 나에게 준 편지를 오랜만에 꺼내 보았다.

야무진 친구는 글씨도 예쁘게 잘 쓴다.



역삼동에서 근무하던 시절,

퇴근길 계단에서 급하게 그치만 웃으면서 편지를 건내 주며
인사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 속에 잘 남아있다.




오늘보다 더 잘나가는 언니의 모습으로 나도 부단히 노력할게!
우리 화이팅하자 ♥










+





지난 주말 아이와 함께 영화 코코를 다시 보았다.

딸 아이의 애착인형의 이름도 코코인데,(코코 없이는 잠을 잘 수 없는, 어딜 가나 항상 들고 다니는. 제주도, 오키나와, 다낭까지..)

코코랑 같이 코코를 보니 너무 좋다는 아이와 함께 다시 본
코코는 역시나 감동적이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다는 건 참으로 값지고 귀한것임을.
새삼 생각하니 뭉클해지는.



사랑이 넘치는 가족의 품속은 항상 따뜻한 법.

그 따뜻함이 늘 꺼지지 않도록,
웃음으로 가득차도록 엄마인 내가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



엄마이긴 하지만
나도 경제활동의 끈을 놓고 싶지는 않기에
열심히 일을 하고는 싶은데..

나도 나로서 더 열심히 살아 볼게.

딸아,
너도 너의 꿈을 쫓아서
활기차고 열정적인 앞으로의 나날들을 살아가길!
그럴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신혼시절 아이아빠에게 했던 말이 있다.

나보다 더 똑똑하고, 일적으로 뭐든 잘 해내고,
좋아하는 취미도 뚜렷한 그에게,



하고싶은 일이 있으면 그게 뭐가 됐든 다 하라고.

모험심도 적고, 뚜렷하게 잘하는 것도 없고, 큰 꿈도 없는 내가 회사 충실히 잘 다니면서 고정적인 수입을 만들어 낼 터이니,

오빠는
나보다 더 크게 될 아니 크게 되어야 할 사람이니 하고 말이다.



흐아.. 그때 왜 그랬을까 싶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무튼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지금의 나의 회사생활.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고만 있지 말고
적극적인 노력이 다시 한번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세차게 비도 내리고 센치한 감성 가득인 오늘은
달콤한 치즈와 향기로운 와인 한잔으로 취하고 싶다.

그치만 오늘은 무용 수업 가는 날.

무릎이 살짝 아프긴 하지만 초콜릿 하나 먹고 땀방울에 취해서 센치한 감성을 달래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