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No. 365
서울대공원에 캠핑장이 있다니!
설마 나만 모르고 있었던거니.
더더군다나 이용 요금도 이렇게나 매력적인데 말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아빠 엄마랑 맛있는 식사와 함께 콧바람 쐬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
울오빠가 기적적으로 예약을 해냈다.
불현듯 생각나서,
그런데 이미 인터넷 예약은 마감 이라서,
그래도 혹시 몰라서 전화를 해봤더니
한자리가 남아 있다라는.
흐흐흐흐
텐트를 대여했으니 물론 잠을 자고 올 수도 있지만,
우리가족은
그냥 하루 종일 고기 구워먹고 놀다 오는 걸로!
정말 오랜만에 와본 서울대공원.
와 이렇게나 부지가 넓었다니.
꼬불꼬불 길을 통과해서 국립현대미술관을 지나면
아늑한 숲 속 옹기종기 텐트들이 자리하고 있는 풍경을 마주 하게 된다.
365번 텐트.
흠.. 나의 허기진 배를 채워줄 고기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고 텐트로 향해야 하는데
지도에서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3번 야영지에 분명히 있어야할 텐트인데,
울오빠가 분명이 365번 이라고 했는데 말이다.
362번까지는 보이는데 뭐지뭐지 뭘까뭘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방문자센터에 가서 확인해보니,
지도상에는 없지만 모험놀이터 앞쪽에 있는 여기라며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주신다.
휴우 살았다.
영차 영차 손수레를 끌고 놀이터 쪽으로 가본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저 높이 손수레가 올라갈 수 없는 쪽으로 살짝 걸어 올라가보니
여기다!
꺅♥
지도상에 없는 명당이로구나!
이유인 즉,
지도상에 나와있는 다른 텐트들은
모두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바로 옆집 가족들과
고기 냄새, 라면 냄새,
심지어 오가는 대화를 원치 않아도
공유해야 할 만큼 가깝게 위치해 있었는데,
우리 텐트는 그런 텐트 무리와는 다르게,
살짝 높은 지대에 단독으로 위치해 있었다.
독채 느낌쓰.
내내 걱정했던 마음을 반전으로 날려주는
통쾌 상쾌한 기분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지 싶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도
텐트에서 바로 보이고,
바로 위쪽 계단으로 살짝 올라가면 있는
자연친화 놀이기구? 도 가까이 있어서 좋구.
위치상으로 완벽한 곳이었다.
계속해서 지도 업데이트가 안되었으면 좋겠다.
나만 알고싶다.
그런데 지도에 안 나타나면
인터넷 예약은 어떻게 하지?
그냥 항상 예비로 비워놓은 곳인건가?
갑자기 궁금증 폭발이다.
내친김에 전화해볼까? ㅎㅎㅎㅎ
열심히 텐트 위치에 감탄하고,
먹을거리 놀거리 각종 짐들을 세팅하고 나니
배가 고파요.
영차 영차 대여해온 바비큐 그릴에 숯불을 피워봅니다.
솔솔솔 고기향기 뿜어내는 노릇노릇 삽결살 목살은
아주 그냥
술술술 잘도 들어간다.
아빠 대신 운전을 해야하는 터라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지 못해 아쉬웠지만,
끝도 없이 통통배 속으로 들어가는 고기양에
스스로 놀라면서
정말이지 열심히도 먹었다.
역시 밖에서 구워먹는 고기는언제나
최고의 맛인가보다.
작년 여름 홍천대명리조트 바비큐장에서도
우리네가족 고기를 구워먹었었는데,
그때에도 너무 맛났던 기억.
아이들을 데리고 아이스크림을 사오신다던 울아빠.
엄청나게 사오셨다.
어른 6명에 어린이2명, 아기1명이었는데,
한 20개는 사오셨나 보다.
아빠...
아이스팩틈 속에 넣어두긴 했지만, 자꾸 자꾸 녹는다.
난 3개 먹었다..히히히
고기 한입 아이스크림 한입의 무한 반복
찐 행복은 바로 이 맛 이지.
두 달 전쯤 이었을까.
엄마집에 잠깐 들른 어느 날,
급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집 앞 슈퍼에 가서 사온다 하니
아빠가 딸아이와 다녀오신다고 한다.
내가 가도 되는데 구지 가신다고 하니,
그럼 전 초코맛으로 부탁해요 아빠!
무거워 보이는 엄청나게 큰 봉투를 들고 오신 아빠가 식탁에 부어놓은 아이스크림들.
이럴 수가 이게 도대체 몇 개 인 것인가..
슈퍼에 있는 초코 맛 아이스크림은 종류별로 다 사오신 듯 했다.
뭘 좋아할지 몰라서 고르다 보니 많이 사왔다고.
두고 두고 먹으면 된다고.
제일 크고 비싸 보이는 초코로 하나 골라 집어 들며
애써 푸하하 웃기는 했지만,
아이스크림속에서 피어나는 아빠의 찐 사랑을 느끼며 속으로는 울컥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날이었다.
캠핑장 내에 있는 편의점에는 정말로 안파는게 없더라.
심지어 삽겹살도 팔아서 혹시나 준비해온 고기가 모자라게 될 경우 아쉬워 하지 않아도 되겠다.
아! 하나 안파는게 있었네.
눈이 너무 빡빡해서 렌즈 세척액을 사려고 했는데
그거 하나 없더라. 크흐.
그날따라 재고가 없었던 듯.
무튼 배부르면 한번씩 산책. 편의점 구경.
이것도 은근 재미요소 중 하나 였다.
점심 바비큐를 성공적으로 마감하고,
이른 저녁 기가 막힌 라면으로 마무리한 semi-캠핑은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 이었다.
숲 속 마을에 둘러 쌓여서
피톤치드 강하게 흡입 하면서 함께 보내는 시간.
아쉬운 딱 한가지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는 딱 한가지
답답하고 미칠것 같은 그치만 어떻게 손 쓸수조차 없는
딱 하나 그것만 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으랴 했던 날.
다음 번에는 에어 매트를 준비해와서
하루 자고 가볼까 싶기도 하다.
그때에도
텐트 No. 365
♥